언젠가부터 모니터 오디오의 모습은 많이 바뀌기 시작했고 사실 그 변화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생김새만큼은 호감이 있던 모니터 오디오인데 오뚜기를 그려둔 듯 한 2000년대 중반의 Gold Signature는 모니터 오디오를 의식 속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Platinum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상당히 괜찮은 모습이라고 생각했지만 골든 돔 트위터로 기억되는 모니터 오디오가 리본 트위터를 채용했을 때 특정 부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애호가들 사이에 제법 많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해당 부품으로 어떻게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었는가’를 믿어오는 입장이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물론 리본 트위터의 채용에서 계승의 단절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모니터 오디오는 늘 새로운 소재에의 탐구를 게을리 한 적이 없는 매우 실험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브랜드니까. 모니터 오디오는 리본 트위터의 채용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고가라인업에는 AMT 트위터(물론 모니터 오디오는 자사의 AMT를 MPD라 명명하긴 하지만 널리 사용되는 컨벤션은 AMT니까)를 채용해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모니터 오디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모니터 오디오는 규모가 있는 회사인 만큼 자사의 유닛을 직접 생산하면서 끊임없는 리인벤션(reinvention) 으로 종합 스피커 메이커로의 라인업을 꾸준히 갈고 닦은 셈. 어느새 현재의 모니터 오디오를 조망해보자면 얄미울 정도로 합리성과 고품질로 똘똘 뭉친 프로덕트 라인업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북쉘프에서 톨보이 그리고 그 틈새를 메우는 인 월 (in wall) 스피커나 홈 시어터 라인업까지 처음 오디오를 접하는 경우부터 꽤 관록이 있는 사용자까지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치밀한 구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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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Gold 100은 위에 언급했던 Gold Signature의 후속모델이자 모니터 오디오의 북쉘프 중 최고가인 Platinum 시리즈의 PL100 바로 아랫급의 북쉘프로 Platinum 라인이 출시되기 전에는 자사 최고 라인의 북쉘프였다.
예전에는 Gold 모델까지는 돔 트위터를 채용하다가 그것이 리본 트위터로 바뀌고 그리고 이제는 Platinum에 채용되는 MPD 트위터를 채용한 것이 현재의 골드 라인과 과거의 골드 라인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트위터 부분이 꽤 잘 디자인된 철망으로 덮여 있어서 테러(!)로부터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예쁘고 미세한 패턴이 보이는 모니터 오디오 특유의 금속우퍼(모니터 오디오에서는 C-CAM라고 명명함)는 아마도 플래티넘 시리즈에서 시작되었을, 더스트 캡이 없는 밋밋한 형상이다. 이런 모습을 보자면 모니터 오디오는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그리고 가끔은 어른들이) 스피커를 어떻게 즐기는지를 잘 알고 그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대책을 세워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5G Gold 100의 그릴은 씌워두면 스피커에 비하면 그리 아름답지는 않고 그릴을 벗겨두어도 안전하니 과감하고 용감하게(!) 그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도 그것이 제작처의 의도일 터.

5G Gold 100에 차용된 MPD 리본 트위터. 명료하고 매끄러운 고음역 재생을 보여준다.

5G Gold 100을 처음 구동시키면 역시 번인을 꽤나 타서 상당히 상상력이 없는 소리가 나오므로 여러모로 인내심을 요한다. 일주일 쯤 지나면 보통 트위터가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5G Gold 100의 경우는 그 반대의 패턴을 보여주어 MPD의 번인이 생각보다 더딘 것으로 추정된다. 구동시간이 2주 정도 되면 꽤 들어줄 만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들어온 대부분의 스피커보다 올라운더에 가까워서 어떤 음악을 들어도 아주 무너지는 경우가 없다.
아마도 이 역시 되도록 많은 사용자를 끌어오려는 모니터 오디오 특유의 노하우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어떤 장르를 물려보아도 특별히 빠지는 부분은 없다는 부분을 역으로 보자면 어떤 장르에서도 특별하게 뛰어난 점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청음 중인 스피커가 번인이 끝난 상태라고 보기 어려워서(아마도 MPD와 C-CAM의 완벽한 조화가 아직도 진행 되어가는 중으로 추정된다)온전하게 판단을 내리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가격대의 스피커 중 영화에서 만큼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는데 재생대역의 넓음에 기인한 것으로 짐작해본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5G Gold 100은 예전의 경험으로 기억하는, 모니터 오디오의 소리와는 다소 다른 소릿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5G Gold 100의 경우 예전의 모델처럼 음의 선이 조금은 경질로 다가오거나 가끔은 강성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 보통 오디오를 청음하면 브랜드 특유의 느낌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들어보지 못한 사이에 모니터 오디오가 많이 바뀌었던가 5G Gold 100이 모니터 오디오의 새로운 사운드 폴리시를 열어가는 중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물론 많은 스피커 메이커가 사운드 폴리시를 바꾸는 것 또한 사실이고 그 변화는 대부분 보다 많은 사용자를 포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는 경향이 지배적인 편으로 어떻게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모니터 오디오의 다른 라인업도 들어봐야 더욱 판단이 정확하겠지만 5G Gold 100의 모니터 오디오에서의 위상을 생각하면 좀 이르다 싶은 판단도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 오디오의 예전 같지 않은, 새로운 소리는 예전 일부의 지지자를 잃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보다 많은 지지자를 끌어오는 모델이 될 것 같다.

스피커 시장에는 정말 많은 선택이 있다. 그리고 사용자의 경우는 역시 그 선택지보다 더욱 복잡하고 요구하는 부분도 다양하여 수많은 선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요구를 다 만족시키는 스피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선택이 어렵거나 취향이 불분명할 때는 사용자가 많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인데 사용자의 숫자도 많고, 해외의 가격과도 크게 차이 없으며 흠잡기 어려운 뛰어난 만듦새에 적절한 올라운더 성향까지 장착한, 가족과의 공존까지 신경 쓴 합리성으로 무장한 5G Gold 100은 아마도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선택지가 많은 북쉘프 스피커 시장에서 하나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