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얘기지만, 남자가 나이가 들면 관상 같은 것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대강 사람의 됨됨이 같은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본능일 것이다. 오디오도 비슷하다. 이것저것 많은 시청을 하다보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겠지만, 겉모습만으로도 대강 소리를 어림할 수 있다는 분이 많다. 그래도 가장 어려운 것은 매칭 시스템이다. 한 쪽 제품을 한두 번 들어 봤다 해도 다른 기종과 함께 짝지어 본 적이 없다면 겉모습만으로는 소리를 알 수가 없다. 그냥 어림하는 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두 기종 모두 괜찮은데 매어 들으면 형편없는 경우도 많다. 생김새는 멀쩡한데 말이다.

그런 터에 이 매칭을 듣는데, 몇 곡 듣기도 전에 너무나도 놀랐다. 아마 지금 올해의 최고 매칭 시스템을 한 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생각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이 매칭 시스템에 번쩍 손을 들것이다. 듬직한 체구에 국산 제품이라고는 얼른 믿기 어려운 인티앰프와 조그마한 꼬맹이 스피커의 앙상블에서 세상에 이런 소리가 나와 주다니….

LS3/5a BBC 모니터 스피커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브랜드는 여러 곳이다. 그중 하나인 차트웰(Chartwell)는 초기에 라이선스를 가졌고, 당연히 차트웰의 이름으로 납품을 이어 가다가 1978년 로저스에 인수되고, 로저스 생산으로 변경된다. 그 후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 BBC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그래험 오디오에게서 차트웰의 이름으로 LS3/5a 제품이 새로 선보였다.

일찍부터 이 스피커의 그 됨됨이를 잘 알고 있다. 이제 슬슬 주변을 정리하면서 오디오도 3웨이 시스템 대신 자그마한 스피커를 머리맡에 놔두고 적당히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어질 경우 후보자로 사실 오래전부터 이 물건을 염두에 두어 왔다. LS3/5a는 버전도 여럿 있지만, 같은 스펙으로 만드는 데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내가 들어 본 바에 의하면 이 기기가 가장 뛰어났다.

이 제작사의 제품은 다른 제작사들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오리지널을 개량해 온 데 비해 오히려 모든 부분에서 정통을 강조, 올드 이미지의 느낌과 부품들을 최대한 반영했다. 즉, 전통적인 BBC 사운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온 것이다. 오랜 시간 유지해 온 BBC 모니터의 계보와 기술적인 히스토리를 철저히 고증하고, 소재와 사운드까지 철저하게 오리지널에 입각해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이런 개념을 모르고 처음 시청기를 들었을 때에도 확실히 다른 제작사 제품과는 청감상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점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매칭한 앰프도 그렇다. 누구에게나 마음 놓고 추천할 수 있을 만큼 국적을 불문하고 뛰어난 제품이다. 제작사인 아트웨어는 30년 가까이 이동 통신 중계기와 산업용 첨단 시스템 개발 사업을 해 온 국내의 기업으로, 음악 애호가인 오너가 자체 기술력을 적용하면 첨단 오디오 제품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전으로 터득, 몇 해 전 첫 제품을 선보였다. 그동한 앰프·DAC·블루투스 리시버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영역을 넓혀 왔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고급기를 목표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시청기 역시 개발에만 3년이 걸린 역작인데, 출력은 150W이고 내부에는 여러 하이파이 기술력이 대거 투입되어 있다. 특이하게 손쉽게 모듈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DAC, 블루투스, 포노 EQ, USB DDC, AES/EBU·I2S 디지털 Aux, XLR·RCA 아날로그 Aux 등 각 모듈을 선택해서 장착하기만 하면 기능이 추가되어 사용상의 영역이 대폭 달라진다. 주요 특징으로 아날로그 사운드의 호방하면서도 따뜻한 감수성을 지닌 내추럴 사운드를 목표로 튜닝했다고 하는데, 정통 아날로그 사운드를 위해 동급 최고의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를 채용했고 혁신적인 독자 설계 방식의 정통 디스크리트 드라이브 앰프를 적용, 미세한 약음도 포착해 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정숙성과 함께 배경음이 깊다.

이런 장점은 그동안 수차례 들어 본 경험에 의하면 매칭이 잘못될 경우 종종 소리가 둔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그런 현상을 느낀 바가 있다. 당연히 그런 노파심을 깔고 매칭 시스템을 울리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해졌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겠다. 오디오 제품에서 이 이상의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떤 고가품과도 겨룰 수 있는 그야말로 깨끗함과 함께 소음량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하고 매끄럽다. 중음역에서 입체감도 뛰어나고, 청량하기 그지없다. 한 BBC의 엔지니어가 시청 스피커를 BBC가 디자인한 최고의 스피커라고 절찬했다는데, 이 매칭을 들으면 과연 뭐라고 할 것인지? 청명하고 달콤하며, 흔들리는 아침 햇살 같은 굉장한 매칭이다.

Graham Audio Chartwell LS3/5a
가격 385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70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임피던스 11Ω 권장앰프출력 25-50W 크기(WHD) 19×30.5×16.5cm 무게 5.3kg

Bit & Beat Ardente MKⅡ
가격 495만원 실효 출력 150W 아날로그 입력 RCA×2, XLR×2 주파수 특성 10Hz-100kHz(+0dB/-0.1dB) 입력 감도 1V THD+N 0.008% S/N비 100dB 게인 30dB 블루투스 지원 크기(WHD) 45.1×14.4×44.7cm 무게 20.2kg

출처 : 월간 오디오(http://www.audioht.co.kr)